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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반젤리스트로 일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이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반젤리스트에 대한 소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지금 보니 벌써 5년 전에 쓴 글이네요. 이번에 한번 그 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이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쓴 것처럼 이반젤리스트는 가이 가와사키가 기독교의 ‘전도사’에서 개념을 차용해서 애플에 처음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애플에 합류하기 전부터 애플에는 이반젤리스트라는 역할이 있었고 처음에는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에 가까웠다고 하네요.

이반젤리스트의 이반젤리스트,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

에반젤리즘의 원래 의미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영업은 나에게 좋은 것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반젤리즘은 상대에게 좋은 것에 기반합니다. 그리고 마케팅 활동의 일부로 이반젤리즘을 생각하지만, 이반젤리즘을 철학적으로 보면 회사의 모든 활동이 이반젤리스트 같아야 합니다. 마케팅이나 엔지니어링, 기술지원도 모두 이반젤리스트처럼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사실 저도 이반젤리스트로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엔지니어, 기술 영업, 기술 지원, 기술 마케팅 사이에서요. 또한 회사에게 좋은 것과 상대방에게 좋은 것 사이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하고요. 가이 가와사키의 이반젤리즘에 대한 철학은 이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의 가치와 사명감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이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의 실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에서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은 전문가 그룹에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나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같이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죠. 그 관계를 통해서 정말 기술을 좋아하는 열광적인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반젤리스트는 기술 전문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전도사라고 하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미리 접해서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알리는 일은 홍보 전문가나 마케터와 함께 하는 거구요.

이반젤리스트가 속한 부서는 보통 개발자 관계(Developer Relations)인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으로 애플, 구글, 어도비 등이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초창기에는 Developer Relations이었습니다.(현재는 Developer & Platform Evangelism) 이반젤리스트의 명칭 역시 개발자 이반젤리스트(Developer Evangelist)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발자와의 소통이 이반젤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죠.

홍보를 Public Relations이라고 하고 기자나 매체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반젤리스트는 개발자와 같은 전문가 그룹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반젤리즘을 담당했던 구글의 빅 군토트라(Vic Gundotra)

이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의 결과는 무엇인가요?

윈도우폰에 카카오톡이 없으면 아무도 윈도우폰을 사지 않겠지만, 반대로 윈도우폰 사용자가 없으면 카카오톡도 앱을 만들지 않겠죠.(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카카오톡 출시가 어려웠는데 윈도우폰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최근에 윈도우폰용 카카오톡이 출시 됐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이반젤리스트는 이러한 패러독스를 극복해야 합니다. 아직 출시되지 않아서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앞으로 생길 기회를 보고 미리 앱들을 만들어야 하지요. 보통 새로운 기술이 출시되고 얼마 안 지난 시점에 사용자들은 이미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을 성공궤도에 안착시키는데 있어서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로 성공시켜야 할 플랫폼이 없다면 이반젤리스트의 활동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어요.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에서 이반젤리스트를 도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이반젤리스트를 뽑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기술 이반젤리스트로 범위를 좁혀서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전문가 그룹과의 관계를 통해서 기술이 채택되는 것이 이반젤리스트가 하는 일의 결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초창기에 이반젤리스트 전략을 세웠던 짐 플라몬돈은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이 윈도우 플랫폼을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를 위해서 개발자들이 윈도우에서 코드를 작성하도록 돕는 것이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Every line of code that is written to our standards is a small victory; every line of code that is written to any other standard, is a small defeat.”

James Plamondon, Microsoft Technical Evangelist. From Exhibit 3096; Comes v. Microsoft litigation

이를 위해서 강좌를 만들고, 매체에 기고를 하고, 개발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웹캐스트를 만들고, 블로깅과 SNS등 소셜 활동을 하고, 개발자를 만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그 방법들이죠. 이걸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야후의 개발자 이반젤리스트였던 크리스 헤일만(Chris Heilmann, 현재는 모질라 이반젤리스트)가 여기에 잘 정리해 놨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는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 출처

최근에 저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윈도우8의 개발 플랫폼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직 윈도우8의 경우는 개발자 등록이 오픈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스토어에 등록되는 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직접 앱 개발부터 등록까지 관여를 하고 있답니다. 어떻게 보면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일이 더 많지요. 만약 개발자 등록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면 활동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밖으로 보이는 일이 더 많을 거에요.

사실 이반젤리스트의 결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 들이 실제로 얼마나 기술 채택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지요. 보통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얼마나 많은 활동을 했는지 등으로 활동의 결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하기도 하지만, 최종 결과인 기술 채택과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가 어려워요. 이러한 활동의 퀄리티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것도 현실이고요.

회사 밖에도 이반젤리스트처럼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소수의 활동적인 전문가들은 진정한 이반젤리스트 역할을 합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 기술을 정말로 좋아하고 그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강의도 하고 글도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지요. 우리는 흔히 인터넷 전도사, 영어 전도사 등 무슨 무슨 전도사 이런 표현을 많이 쓰는데 꼭 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반젤리스트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길남 박사님

회사에 속해있는 이반젤리스트는 외부에 자사의 기술 전문가들이 더 많아지도록 새로운 소식을 알려준다 던지 초기에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기회나 기술 자료들을 제공하죠. 개발팀 엔지니어와의 미팅에 초대하기도 하고 미리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반젤리스트는 활동적인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알리고 전파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전문가들은 많은 다른 전문가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고, 플랫폼을 선택하는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적인 전문가들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Influencer)라고도 하지요. 인플루언서와의 관계도 이반젤리스트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

이반젤리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전문가 그룹에서 알려진 사람이 이반젤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다가 아예 회사에 이반젤리스트로 회사에 입사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반젤리스트가 되려면 커뮤니티 활동이나 기고나 강연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면서 자신이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죠. (저도 이반젤리스트가 되기 전엔 도 쓰고 강의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보통 많은 전문가들이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장려하기 보다는 제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활동에 가치를 두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해야 하지요. 그러나, 이런 활동도 꾸준히 하기 어려워서 현업이 바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이반젤리스트가 되기 전에는 과외활동으로 하는 활동들이 이반젤리스트가 되면 풀타임으로 전문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어요.

UX팩토리처럼 운영자가 바빠서 뜸한 HTML5 커뮤니티 클리어보스

앞서 말한 것처럼 인플루언서 활동에서 이반젤리스트로부터 정보나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반젤리스트와 협력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다 던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다른 인플루언서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향후에 이반젤리스트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반젤리스트 업무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전문성과 네트워크 외에도 글이나 영상, 프리젠테이션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러한 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사고 방식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반젤리스트의 결과는 평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이반젤리즘을 하기 위해 스스로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글쓰고, 발표하고, 업체 만나고, 커뮤니티 만나는 등등 일을 벌리면 끝도 없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할 수는 없거든요. 또한 기술적으로도 현재 업계의 기술 트렌드와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기술 전략에 맞춰서 기술의 가치를 개발자들에게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이반젤리즘을 잘 하려면?

이반젤리즘의 핵심은 정말 좋아하는 기술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래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서 진심으로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라고 권장할 수 있거든요. 이반젤리스트로 일을 하다보면 가끔은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술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부에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이반젤리즘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농담도 한답니다.

그래도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아요

이 경우에는 그 기술의 장점에 집중하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외부 개발자들의 의견을 내부 개발팀에 전달해서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버전을 거듭하면서 피드백을 받아서 발전이 되더라고요.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개발자들로부터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이처럼 기술 개발팀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반젤리스트는 외부의 목소리를 내부에 전달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뛰어난 이반젤리스트는 개발팀과 긴밀하게 일하면서 전문가 그룹의 피드백을 전달해서 다음 버전의 기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품 담당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 AIR 프로덕트 매니저인 어도비의 마이크 챔버스(Mike Chambers)

 

jQuery 등 오픈소스 개발에도 참여하는 구글의 폴 아이리시(Paul Irish)

 

이반젤리스트의 가능성

가이 가와사키가 말한 것처럼 많은 기업들이 총체적 이반젤리즘적인 기업활동(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듯)을 배우고 이런 전도사들을 고용해서 전문적인 이반젤리스트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이반젤리즘과 이반젤리스트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지만 그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제대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네요.

이번 글에서는 비교적 제가 잘 알고 있는 기술 영역의 이반젤리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디자인이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반젤리스트가 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UX 개념을 알리는 이반젤리스트로 활동했던 것처럼요. 요즘엔 꼭 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UX 이반젤리스트처럼 활동하고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 바쁘고 해서 UXFactory나 커뮤니티 활동이 뜸 했지만요. 여러분도 취미로든 전문 영역으로든 좋은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어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반젤리스트의 역할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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