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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LA에 와있어요. 시차 적응을 위해서 새벽이지만 잠을 비행기로 미뤄놓고, 심심해서 TV를 틀었습니다. HBO 채널에서 마침 127시간이라는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어요. 내용을 요약하면, 그랜드캐년을 여행 중인 주인공이 절벽 사이로 떨어져서 갖혔다가 127시간만에 탈출하는 실화를 다루고 있어요.

전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만약 한가한 시간이 아니었고, 다른 할 것이 많았다면 굳이 보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저를 몰입하게 할만큼 굉장히 흡인력이 있었어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이 그런 효과를 만들어겠겠죠.(최근에 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기적의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 이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걸 느꼈고, 블로그에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와 비슷하게 느낀 분들도 있지만 영화 리뷰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인간 생존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

주인공은 자주 위험한 여행을 다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이 사건 이후에 어디를 가든 노트를 남기고 가게 됐다고 하네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안하는 사람은 비교적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만약, 고립된 상황에서 휴대폰 연락이 가능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요.

어떤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고 지속적인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며칠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는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것이 무엇이든지 말이죠. 그건 말그대로 인터넷이나 통신망이 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공급 채널이 될 수도 있고, 신문이나 책처럼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시장이나 광장 같은 장소가 될 수도 있어요.

언젠가 NOKIA의 연구원이 발표한 TED영상을 공유해 드린 적이 있어요. 그 땐 제가 깨달았던 것을 충분히 얘기하지 못 했는데, 오늘은 그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했어요. 이 발표에서 Jan Chipchase(현재는 flog design에서 일한다고 합니다.)은 인간이 자신의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휴대한다고 말합니다. 지갑과 열쇠, 그리고 휴대폰 같은 것이죠. 이 것들은 하나라도 없어지면 곤란해지는데 반대로 이 것들이 있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 휴대품이 되었다는 것이죠. 10년간 NOKIA에서 핸드폰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모바일과 관련한 인간의 아주 깊숙한 본성을 연구한 결과라고 합니다. 지금은 지갑, 열쇠, 휴대폰의 모습이지만 과거와 미래에는 다른 모습이 될 거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즉, 인간의 본성과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지만 형태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야생으로부터의 깨달음

저는 이 영상을 보기 전에 빌벅스턴의 사용자 경험 스케치란 책에서 야생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인상적으로 봤어요.빌 벅스턴의 책 "사용자 경험 스케치"을 보면, 카누하면서 사용하는 특이하게 생긴 나무막대기 사례가 나옵니다. 제가 여러번 강연에서도 소개했던 사례인데 이 물건은 카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도의 역할을 대신하지요. 저는 이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도구의 원형과 형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도가 하는 역할'과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 말이죠.

UX 연구원들이 영감을 얻는 원천이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나 야생과 같이 인간 발명품으로부터 제한적인 상황에 있다는 점은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 같아요. 스티브잡스도 인도 여행을 통해서 인간 본연을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했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워요. 스티브잡스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 중에는 Kobun Chino Otogowa라는 선불교 스님이 있는데 NeXT 컴퓨터 시절에 official spiritual adviser라는 직함을 맡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스님이나 구도자와 같이 인간 본연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 것이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이라고 하면 특히 사용자 경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네트워크가 인간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굳이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매일같이 접하는 일이겠지요. 우리가 흔히 인맥이라고 불리는 것을 통해서 직업을 구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니까요. 네트워크는 단지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혼자 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SNS을 통해 이집트 같은 곳에서 사회적 혁명이나 변화가 가능한 것처럼 말이에요.

이집트 얘기가 나오니 또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회사를 옮기기 전 스티브잡스의 인도 여행에 영감을 받아서 이집트로 혼자서 여행을 떠났었죠. 이집트가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보니 서로 다른 경험을 비교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뢰에 대한 것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죠. 

제가 3년 전쯤 회사를 옮기는 시점에, 이집트로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정말 여러번 사기를 당했던 기억이 나요. 시세도 돈 가치도 잘 모르는 외국인이니 그렇게 속이기 쉬웠겠지요. 한 두번 속고나니 저는 좀처럼 이집트 상인들을 믿고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더군요. 돈을 지불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과연 누구를 믿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믿는다는 것은 과연 뭘까? 하고 스스로 되내이면서 답을 얻고자 했던 기억이 나요. 사람은 왜 종교를 믿고,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무언가를 믿고 싶어할까...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믿으면서 살아야 해요. 아무도 믿을 수 없으면 불행해지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나 쉽게 믿는데 믿음 역시 사람의 본능일까요?


안타깝게도 세상은 더 믿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어요. 우리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진성성을 담아야지만 사람과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봐요. 좋은 경험은 사용자로 하여금 믿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안에 진심이 느껴진다면 마음이 움직이겠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무엇을 디자인하고 만들던지, 그 것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실 상황이 만드는 결과물을 생각하기도 부족한 나머지, 그 것이 주는 가치를 생각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요. 우리가 앞으로 만드는 건 '현재의 지도'가 아니라 '지도의 역할을 하는 지도보다 나은 미래의 무엇'이니까요. 포스트 모더니즘은 그래서 지도의 '해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요즘에는 진정성이란 단어를 전보다 자주 들을 수 있어요. 마케팅 구루로 알려진 세스고딘도 진정성(authendicity)에 한마디를 했네요.

Authenticity, for me, is doing what you promise, not "being who you are".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쉽게 설명했어요. 본질이 무엇이든간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요. 

UI도 진정성 측면에서 생각해 볼 진짜/가짜 문제들이 있어요. 저는 이번에 윈도우8에 적용된 메트로UI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예쁘고 화려한 인터페이스도 아닌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UI에 기대하는 것이 빠르고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니까요.

아래 영상은 제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세션이에요.


여러분도 지금과 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시고, 많은 깨달음을 얻어서 무언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시길 바래요. 여행을 떠나실 때는 꼭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에 갈지, 어디에 있는지 알리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시고요. ^^ 저는 127시간 영화를 보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이 글을 썼답니다. 저를 여러분과 연결시켜주는 UX팩토리가 저에게도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분에게도 중요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