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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UX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애플이 주는 놀라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 스마트모바일 UX 이노베이션 세미나에서 이지현 교수님의 세션에서 애플의 디자인 문화를 잠깐 소개해 주셨는데 좀 더 관련한 내용을 좀 찾아봤습니다.

우선, 해당 세션에서 다뤘던 애플의 디자인 문화에 대한 내용입니다.(여기도 있네요)

  • 실제 디자인과 똑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만든다.
  •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때는 10:3:1의 법칙으로 작업한다. 서로 컨셉이 다른 1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 중에 3개를 선택한 후에 개선을 거쳐 마지막 1개를 선택한다.
  • 짝 디자인(Paired Design) 미팅. 브레인스토밍 회의와 제품 개발 회의를 한 주에 같이 진행한다.
  • 포니(Pony) 미팅. 최고의 결과물을 관리자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설명하는 미팅을 진행한다. 포니(망아지)가 성장하는 모습을 주요 단계마다 보여줘야 한다.
  • 디자인 컨셉은 15%~20% 시간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 디자이너들은 하청을 주는 공장 관계자와 만나서 생산공정에 대해 직접 협의한다. 직접 재료를 시험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애플의 제품들은 시각적으로도 완벽한 느낌을 주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보이지 않은 많은 고려사항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로고나 제품의 황금비율 같은 것이죠. 사용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경험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숨겼다가 관심이 집중된 잡스의 키노트에서 공개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해요. 사전에 공개되는 정보와 기대 수준 관리를 잘 하는 거겠죠. 제품에 대한 소식은 여러 번에 걸쳐 얘기하는 것보다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한번에 집중해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거든요.

사실, 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일부 방법론(정말 쓰이고 있을까요?)이나 결과물의 단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본질을 알아내기 어렵죠. 어쩌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칭찬하는 부분들로부터 거꾸로 애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애플이 잘하는 부분이지만 UX를 잘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 자기만의 스타일을 일관성있게 제공한다.
  • 가장 중요한 것(아이폰의 경우 즉시 응답성)을 위해 나머지를 포기할 수 있는 UX전략.
  • 디자인은 예쁜게 아니라 신뢰감을 주는 것.
  • 기능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디자인이 좋아질 수 없다.

조수용 대표님이 애플의 비밀에 대해 추측(?)한 것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애플이 그렇게 정교하게 포장지 하나 뜯는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짠 프로세스적인 문제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물건을 뜯어 봤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본다. 그 느낌을 기억하고, 이 느낌대로 왔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것이 브랜드 디렉팅의 전부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쉽다. 누가 하자고 했을 때, 진짜 그렇게 하자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해야해!’, ‘안 하면 안돼!’라고 하는 것이 브랜드다. 그렇게 보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디자인 자체는, 정말 얕다. 다른 많은 브랜드가 애플을 따라 한다면서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이다. 위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건 오너밖에 못하는 거다. 고용된 경영자는 그 결정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UX를 프로세스와 방법론, 그리고 조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무엇인가 빠진 것 같고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는 오너의 취향과 마인드가 따라와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용이 길어져서 제목도 바꾸고 애플의 비밀까지만 다루고 그만 다룰까 싶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합니다. 조대표님이 전에 야후의 UX에 대해서도 평가를 한 적이 있어요.

  • UX는 데이터에 달려있다. 야후는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노하우를 쌓아왔고 그 방법론들을 만들어왔다. UI가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논리적이다.
  • 버킷 테스트. 전체 사용자의 일부에 해당하는 사용자 그룹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여 사용 결과를 비교한다.

NHN에 근무하면서 UX팀이 일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기도 했지만, NHN 역시 UX에 대해 상당히 진지한 접근을 했어요. UX연구원과 디자이너가 구분되어 사용자 리서치도 하고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도 많이 했고요. 내부에서는 UX 인사이트라는 잡지를 내서 사내에서 UX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 디자이너의 전문성에 따라 조직과 프로세스를 체계화한다.
  • 사용자 리서치를 전문으로 하는 UX연구원을 두고 리서치 결과를 사내에서 공유하여 기획/디자인에 반영되도록 한다.
  • 디자인을 감성과 취향의 수준에서 측정과 논리의 수준으로 발전시켜 고도화한다.
  • 디테일한 시안와 자세한 문서화를 통해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
  • 오너가 UX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NHN UX Lab은 UX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번역서를 직접 출간하기도 했고, 국내 여러 행사를 통해 UX디자인 사례와 방법들을 공유하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UXEYE에서도 발표했었죠. UX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들 하는데(저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꼭 사용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든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닌 것처럼요.), 네이버 역시 국내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용자들이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UX에 대한 투자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그 결과도 매우 인상적이지요.

MS에서 일을 하면서 윈도우처럼 수억 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UX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질까 호기심을 갖고 자료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내부 자료도 있고 외부에 공개된 자료도 많이 있어요. 한번은 NHN의 UX랩을 만든 이지현 교수님이 MS에서 나오는 자료들을 많이 참고하셨다고 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관련 자료를 모아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농담 삼아 MS는 전구를 하나 교체하는 데에도 19개의 프로세스를 거친다고들 하는데, 여러 버전의 윈도우를 만들면서 만들어진 프로세스는 굉장히 정교하고 많은 부분들을 고려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한국과 같이 세계 각국의 사용자들에게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들만큼 많은 작업들이 이루어지죠. 애플이나 구글도 마찬가지겠지만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엄청난 노하우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지화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UX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언어포털과 같은 시스템은 전세계에 있는 직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현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여전히 UX는 새로운 분야이고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MS도 UX디자인 사례를 보면 계속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요. 최근에 윈도우8을 디자인하면서 마주치는 문제와 UX 중심의 해결방식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알 수 있어요.

  • 디자인 리서치가 제품의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사용자로부터 수집된 데이터가 UX를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사용자 데이터와 리서치 결과로부터 얻은 통찰력을 중요시 하고 이를 원칙으로 만든다.
  • UX디자이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높은 수준의 경험 설계 능력을 필요로 한다.
  • UX디자인의 과정에 사용자를 참여시키고, 사례를 통해 제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제품 사용 방법을 익히도록 한다.
  • UX연구원과 디자이너는 개발팀의 파트너로써 기능의 설계를 제공하기도 하고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 UX디자인의 결과는 설계와 동작 방식에까지 제품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중요성과 영향력을 최고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

위에서 다룬 것들 역시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이러한 지침들을 가지고 흉내 내려고 하면 쉽게 되지는 않겠죠. 결국 비밀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맛을 기억하고 왜 맛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면 그 작업은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